나무의 동남아 4개국 한 달 여행3_방콕 수완나품 공항에서 5시간 죽 때리기
090109 새벽 3시(한국 시간 새벽 5시), 맑음, 습한 바람이 분다.
어젯밤 9시 15분 출발해야 하는 비행기가 30분 정도 지연된 뒤 45분쯤 인천공항을 출발했다. 그리고 5시간 50분 비행을 거쳐 새벽 1시 25분경 방콕 수완나품 공항(Suvarnabhumi airport)에 도착했다. 예전 가이드북 <태국*앙코르와트>, 시공사를 봐서 돈무앙 공항에 도착하는 줄 알았는데, 도착하고 보니 수완나품 공항이다. 일찍 나가봤자 할 것도 없지만, 일부러 천천히 움직여서 새벽 2시 넘어 wayout을 나왔다. 공항은 무척 큰 것 같다.
*내가 가 본 공항은 일단 우리나라에서 출발해야 하니까 인천 공항, 제주도 공항, 부산 공항, 일본은 도쿄 나리타 공항, 하네다 공항, 오사카 간사이 공항, 홋카이도 치토세 공항, 후쿠오카항 여객 터미널, 미국 시카고 오헤어 공항, 유럽으로 넘어가서 유럽 여행의 출발점이자 종창역 중 하나인 프랑크푸르트 공항, 런던 히스로 공항, 체코 프라하 공항, 헝가리 부다페스프 페르호지 공항이다. 방콕 공항은 많은 항공기가 경유하는 비행기 터미널인 만큼 프랑크푸르트 공항만큼 큰 것 같다. 언젠가는 터미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여건이 허락된다면 공항 이야기도?
*세계 여행을 준비하면서 쁘리티의 배낭 여행 커뮤니티 http://www.prettynim.com/에서
전세계 공항 노숙 정보를 담고 있는 사이트를 발견했다. http://www.sleepinginairports.net/index.htm
아, 이런 게 있구나. 여기에 올라온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도 참 재미있을 것 같다.
5시간 50분의 비행.
유럽 여행처럼 긴 시간은 아니지만 일본보다는 그래도 긴 시간. 화장실 두 번. 목이 말라 물 마시러 한 번. 물 두 잔. 맥주 두 잔에 목이 말랐다. 카메라 때문에 팔이 저려 자다가 깨고 자리가 불편해 이리 뒤척 저리 뒤척...몇 시간을 잤을까? 한 시간? 두 시간? 어느새 방콕. 진정 방콕이 시작되는구나.
입국 심사대는 낡고 허름하다. 연륜이 있어서 그런가...공 치러 온 아저씨, 아줌마들이 태국이라고 무시한다.
wayout을 나오니 방콕. 아, 여기가 방콕이구나. 오사카 간사이 공항 같기도 하고, 프랑크푸르트 공항 같기도 하고...아직 배낭을 멜 엄두가 안 나.. 카트에 싣고 공항을 어슬렁어슬렁거린다.
슬슬 땀이 나기 시작한다. 현재 방콕 온도 27도. 아직은 실내여서 그런지 더운지 모르겠다. tour service 한 여인이 호텔? 환전을 묻는다. No thanks.
화장실에서 긴 팔과 청바지를 벗고 잠바와 여름 바지로 갈아입었다. 카메라를 넣고 다시 짐을 싸고 이를 닦았다. 이만 닦았을 뿐인데 개운하다.
앞으로의 계획은 버스 운행 시간까지 공항에서 죽 때리기. 새벽에 택시를 타고 카오산로드로 가긴 위험하다 싶어 이 방법을 선택했다. 새벽에 처음 도착한 방콕에서 택시 운전사들과 흥청하기보다 여기서 가 더 안전하지 않겠나 싶어.
조금 용기를 내어 공항을 돌아다니니 벤치에서 자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중 인상적인 한 가족의 모습이다. 남자와 여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여자의 품이 아이가 있었다. 아이와 함께 공항에서 잠을 자다니...! 너무 부러워보였다.
일상을 떠나 세상을 여행하는 커플이 잠을 자도 부러울 판에 가족이 함께 벤치에서 쪽잠을 자다니...나에게도 이런 기회가 주어질까...
커피 한 잔 마시고 싶다...방콕의 커피는 어떤 맛일까...카오산로드에 도착하면 숙소를 알아보고(556번 버스) 짐을 풀고 한잠 자자. 그리고 나와 쌀국수 먹고 구경하기. 흐..
영화 <터미널>의 톰행크스가 된 기분. 공항 밖을 나갈 수 없는 상황. 공항 밖에는 어떤 세상이 펼쳐져 있을까. 이렇게 새벽이 일하는 사람이 많다니 세상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04:00(한국 시간 06:00) 방콕 수완나품 공항 2층 벤치
2층에서 커피 파는 곳을 발견했다. 패미리마트에서 사마실까 하다 수제 커피를 선택했다. 커피 한 잔의 여유^^. 라테(hot, 35B) 조금 더 달았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좋다.
귀엽게 생긴 여인에게 커피를 주문하고 “컷쿤”이라 하니 웃는다. 아쉽게도 소심해서 여인의 사진은 찍지 못했다.

새벽 4시인데도 공항은 손님 맞을 준비로 아주 북적거린다.
wayout에 연결된 1층은 사람이 없어 한적하더니만, 2층에 올라오니 식당가도 있고, 3시에 문을 닫고 5시에 문을 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일본 음식점이 많아 보인다. 일본 라면집.. kin ramen Mr. Lee...R Burger.일본 음식점인데 중국인이 하고 있는 것 같은 음식점도 있다. 중국에서 비어져 나온 중국인들은 세계 곳곳에 없는 곳이 없다.
패밀리 마트엔 컵라면이 15B, 우유 20B. 아직 물가는 감이 안 온다. 그냥 2층에 뭐가 있을까 공항 구경이나 하며 보내자 싶어 왔는데 재밌다.
Muslim prayer room을 보고 올라왔을 뿐인데, 조금씩 내가 왜 여행을 그리도 원했는지 알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배낭을 메지 않고 카트에 끌고 다닌다. 하하.
옆 벤치에서 잠을 자던 한 여인이 말을 건다. cristin이라는 이름의 중부 캐나다 여인. 초등학교 3학년 선생이란다. 고아들을 도우러 카드만두로 가고 있다. 여행을 좋아한다고 한다.
나에게 짐을 맡기고 화장실에 다녀왔다. 크리스틴이 중국의 춘절이 언제냐고 묻는다. 중국 축제 춘절이 언제지? 아으...영어 공부는 필수인 것 같다. 현지인보다 여행자들과 이야기하려면. ㅠ.ㅠ.

지금까지 만난 태국 사람들에 대한 인상.
타이항공의 슬로건. “smooth as silk" 부드러움 속의 강렬함? 어떤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 보랏빛 그 무엇..신비로운...좌석 시트의 색깔도 주황, 분홍, 보라..유니폼도 전통복장과 서양식복장으로 두 번 갈아입는다. 머리 스타일도 자유롭고.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권위의 상징. 한 가지 스타일. 획일적이다.
그 다음은 입국 심사대 남자. 그 많은 사람을 상대하면서도 나를 보고 웃는다. 그 웃음이 인상적이다.
그리곤 노란 옷을 입고 열심히 청소를 하는 공항 직원들. 앉아서 전화를 받기도 하고 경비 중에 맥주를 마시기도 하고, 런던처럼 계급화된 다인종이 아니라 대부분 태국인인 것 같다.
그리곤 커피 타는 여인. 아직까지 태국에 대한 인상은 좋다.
점점 ‘톰행크스’가 되어 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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