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14일~12월16일 / 인천항~제주항...한라산 백록담
코스 : 성판악->사라악 약수터->진달래밭대피소->백록담->용진각대피소
->개미목->탐라계곡->관음사
거리 : 총 18.3Km / 8시간
인천항에서 오하마나호에 승선한 시간이 19시.
한라산 백록담에 오른다는 설레임에 철저히(?) 준비를 하곤 배에 올랐다.
960명 가량이 승선할 수 있다는 오하마나호는 두번째 승선이라서인지 2년전 기억을 새록새록 되살아나게 예전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때는 아쉽게도 폭설로 인해 백록담은 커녕 어리목매표소에서 되돌아왔었기에 진정한 등산을 했다고는 할 수 없었을뿐아니라 등산초보였기에 어리벙벙할 때였다. 물론 지금도 어리버리한 건 마찬가지일테지만 말이다.
오래전부터 남편에게 한라산 노래를 불렀던 것이 효과가 있었나보다.
먼저 한라산 예약을 하라는 령(令)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바로 예약을 했으니 말이다.
C-9호에 자리를 펴고 남편과 술한잔을 했다. 내일의 안전산행과 선상에서의 단잠을 위한 나름 이름을 붙이자면 '안전산행주'라고나 할까?
술 한 잔과 선상위에서의 불꽃놀이 그리고 무도회장 같은 분위기의 선상갑판위에서의 흥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15일. 벌써 제주항에 거의 도착했단다. 한숨자고 일어나니 인천에서 제주로 내가 위치한 곳의 행정구역이 완전히 바뀌어져 있었다.
하선하는 줄에서도 첫번째로, 제주항에 대기중인 관광버스에서 첫번째로 올랐다. 부지런한(?) 덕에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물론 우리가 가는 곳이 전문코스인 성판악<-->관음사코스인줄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했던 상황은 여지없이 현실로 드러났다.
원래 한라산의 백록담은 덕을 많이 쌓은 사람만 볼 수 있게 드러난다고 예전에 한라산 여행할때 가이드가 얘기해 준 기억이 불연듯 스치면서 창밖의 하늘이 화창함에 '오늘은 꼭 백록담을 보고 갈 수 있겠지'라는 바램을 갖고...
동절기라서 진달래대피소까지 12:00시에 통과하지 못하면 입산이 통제된다는 말을 무심히 듣고 올랐다. 주위의 풍광도 볼 겨를 없이 연안여행사 첫스타팅을 남편과 둘이서 시작을 했는데, 12:02분에서야 겨우 진달래대피소에 도착했다.
"이상하다. 그죠? 분명히 우리 앞에 연안여행사 사람들이 안 보였는데..그리고 우리가 제일 먼저 출발했고 늦은 걸음이 아닌데, 어찌하여 우리가 턱걸이로 겨우 통과할 수 있지? 그럼 남은 사람들은 백록담엔 아예 못가나???"
남편과 둘이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런 일련의 사태가 걱정스럽기 시작했다.
13:30분까지 백록담에 도착하지 못하면 또 통제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이 강행군을 해야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참 희안했다. 진달래대피소를 지나자마자 먹구름이 하늘을 덮는가 싶더니 사방이 어둑해지면서 바람이 차지기 시작했다. 기상변화가 심하다는 말의 뜻을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배고프지? 조금만 더 올라가서 좋은 자리 있으면 밥먹자~!"
남편의 말을 위로삼아 오르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눈이 쌓여 얹혀있는 게 아닌 상고대가 너무 멋지게 펼쳐져 있었다. 남는 건 사진 밖에 없는데,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좀더 올라가서 찍자는 남편의 재촉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끝도 없는 길을 올라야한다는 의지로 오르고 또 올랐다. 진달래대피소에서 1시간30분이면 오른다는 그곳!
마지막 코스인 나무계단의 매서운 칼바람은 뇌리에서 평생 잊지못할 시추에이션을 만들어 주었다. 한 발만 들면 날아갈 듯, 남편의 코에선 콧물이 절로 뚝뚝 떨어졌고, 앞으로 삐져나온 머리카락은 어느새 하얗고 빳빳하게 얼어붙어 있었다. 손가락이 곱아서 카메라 조차도 꺼내기 힘들었다.
힘겹게 죽을힘으로 정상에 올랐지만, 눈보라와 칼바람으로 한치 앞을 볼 수조차 없었다. 다만 한라산 정상이라는 정상목만이 반겨주었을 뿐.
백록담을 못보고 내려가야하는 아쉬움은 컸지만, 그래도...우리나라에서 제일 높다는 한라산 1,950M 정상을 밟았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꼈다.
하지만 남편과 나의 엄청난 실수는 이곳에서 시작되었다. 정상 정복이라는 기쁨도 잠시.
둘이서 만족스럽게 상판악 방향으로 계단을 내려가고 있을 때였다.
"왜 여기로 내려가세요? 두분이 택시타고 가실거에요?"
연안여행사 산악대장이 맨 후미에서 우리팀들을 챙기며 올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상판악에서 관음사 방향으로 가야되는 것을 남편과 난 둘이서 기쁜마음에 둘다 깜빡하고 그냥 생각없이 내려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거의 200M는 내려온 것 같은데, 다시 정상을 지나가야한다니...
하루에 두 번이나 정상을 밟는 사람이 있을까?
기진맥진, 밥도 못먹고, 춥고, 온몸이 쑤시고...
거기다 우리가 제일 꼴찌라서 산악대장의 따가운시선을 받으며 가야한다는 사실.
둘이 얼굴을 마주보며 어이없어서 웃어버렸다.
분명 둘다 산을 못타는 사람들이 아닌데...어찌 이런 시추에이션을 만들어냈을까?
내려오다가 눈치보며 먹은 점심, 그리고 시간을 재며 관음사코스를 계산하여 5-1까지의 거리를 수치로 통계를 내어 250M에 4분씩 시간단축을 하며 17시30분에서 5분 초과한 17시35분에 도착하여 겨우 버스에 올랐다.
참으로 웃지못할 일들 투성이었다.
제주항에 19시에 도착하여 곧바로 승선을 해야했다. 아듀~ 제주의 한라산이여~
빡빡한 일정에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서였는지 피곤이 몰려왔다.
소주 한 잔의 유혹도 물리칠 수 있을 만큼의 피로였다.
16일. 7시가 넘어서야 눈을 뜰 수 있었다. 샤워를 하고 간단히 요기하고 그동안 찍지 못한 사진을 원없이 찍었다. 선상에서의 마지막 촬영이었다.
2박3일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지나갔던 시간들.
삶의 행복과 옆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느끼는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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